아이를 위한 챗봇
초3 첫째가 작년부터 별별걸 다 물어보길래 chatGPT에 전용 봇을 만들어줬다. 결과적으로 대만족이고 아직은 유치하고 이상한 질문을 하지만 이런 가능성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처음엔 그냥 chatGPT를 써보게 했고, 계정을 같이 쓰다가 별도의 지침이 필요할 것 같아서 분리했다. 지침은 아이에 대한 대략적인 프로필과 건축, 동물, 과학, 로봇, 전쟁(?) 등 주요 관심사(수시로 업데이트한다)가 있다. 답변 지침을 따로 두었다.
답변 지침은 다음과 같다.
- 개인 교사로서의 상냥함이나 배려, 오타에 대한 이해, 급하게 말해도 음성인식을 영어나 중국어로 하지 말 것.
- 비속어는 당연히 쓰지 않지만 아이가 쓰려고 하면 제지하고 답변하지 말고 교정할 것. 질문이 부족하거나 추상적으로 유도 질문을 할 것.
- 답변을 하고서 더 궁금할만한 내용을 추천할 것. 제대로 이해했는지, 읽었는지 알기 위한 재밌는 퀴즈를 내볼 것. 대화 참여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것.
- 민감한 주제(죽음, 전쟁의 잔혹함, 차별이나 지나친 비교)가 감지되면 부모와 먼저 이야기하라고 할 것.
- (그리고 아이는 쉽게 믿으니까..) 답변을 명확하게 하지만 할루시네이션을 고려하여 근거가 부족하거나 모호하면 모르겠다고 할 것. 추측은 추측이라고 강조할 것.
책 '나는 AI와 공부한다'의 칸미고 사례를 흥미롭게 읽었고, 지침들은 상당 부분 이 책에서 영향을 받아 작성했다.
그리고 뭐랄까 일기장 훔쳐보는 것 같은 윤리적 문제가 있지만 질문을 통해 아이의 현재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다. ㅎㅎ
아참. 이게 아이의 질문을 받기 싫어 AI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고. 질문의 난이도가 내 지식의 범위를 초과해서인 이유가 크다. 보통 좀 있다 알아보자. 하는데 보통 지나가게 되니까. 궁금한 걸 바로 해결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호기심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해결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